2025. 10. 19. 16:00ㆍ카테고리 없음

드라마 하나가 이상하게 오래 남는 날이 있어요. 별 거 없는 대사인데 자꾸 생각나고, 음악이 흐르는 그 장면만 떠오르면 마음이 저릿해지고요. 특히 여성 팬들에겐 그런 K-드라마가 몇 편씩 있죠. 오늘은 그런 이야기들, ‘좋아서 다시 보고 싶어지는 드라마’에 대해 얘기 해보려고요.
로맨스 :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 그래서 더 오래 남는 이야기
꼭 “사랑해”라고 말하지 않지만, 배우들의 눈빛 하나에 마음 다 담겨 있는 장면. 기억나세요? <사랑의 불시착>은 그런 드라마였어요. 북한과 남한이라는 극단적인 설정 속에서도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던 조용한 순간이, 그 어떤 대사보다 더 깊이 박히곤 했죠. 두 주인공이 현실에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게되면서 더더욱 드라마에서의 두 배우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되더라구요. <그 해 우리는>도 그랬어요. 연애라는 게 꼭 큰 사건이 있어서 끝나고 시작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소한 오해, 말 안 한 감정, 지나간 시간들. 그 모든 게 쌓이고 무너지는 걸 보여줘서 "내 이야기 같다"는 말이 진심처럼 들렸죠. 그런 드라마들, 딱히 뭐 대단한 전개가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보고 있으면 묘하게 마음이 찌르르해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근데 꽤 오래요.
여심저격 : ‘여성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사람’이라서 좋았던
예전엔 여자 주인공들이 예쁘고 착하고,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역할이면 그만이었죠. 근데 요즘은 좀 달라졌어요. <더 글로리>의 동은은 사랑받기 위한 인물이 아니었어요. 그녀는 상처 입은 채로도 자기 선택을 끝까지 책임졌죠. 그 모습이, 멋있었고 동시에 가슴 아팠어요. 누군가를 구하지 않아도,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이야기. 그게 여성들에게는 꽤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또 <서른, 아홉>, <이번 생은 처음이라> 같은 드라마도 마찬가지죠. ‘사랑’보다는 ‘살아가는 방식’을 말하니까요. 정말 내게도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들 같았어요. 드라마지만, “아 저런 친구 있을 것 같아” 그런 느낌. 이젠 ‘여성 서사’가 유행이라서가 아니라, 그게 진짜 사람 이야기니까 더 와닿는 거 아닐까요?
해외반응 : 해외 팬들도 느낀, 그 ‘마음 깊은 공감’
외국 친구들이 한국 드라마 보고 운다 하면, “아 언어는 달라도, 감정선은 비슷한가보네” 싶을 때 있어요. 저도 많이 울었거든요. <도깨비>를 예로 들어볼까요? 도깨비랑 저승사자라는 설정은 비현실적인데, 사랑하고 떠나는 이야기, 기다리는 마음, 그런 건 어디든 통하나 봐요. 그리고 주인공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의 캐릭터가 다 살아있어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마찬가지였어요. 장애를 소재로 삼은 게 아니라, 그저 ‘다른 시선’을 보여준 거였죠. 우영우가 조용히 웃던 장면에서 같이 미소 지었다면, 그건 언어도, 문화도 넘은 감정의 연결인 거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로맨스는 별책부록>, <눈이 부시게>, <우리들의 블루스>. 이 드라마들은 대사가 좋아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그래서 그런지 다시 보고 싶어져요. 제 인생드라마들이죠.
K-드라마는 어느새 누구를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누구든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됐어요. 특히 여성 팬들에게 그게 더 크게 와닿는 건, 그 안에 말로 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가만히 숨어 있어서겠죠. 그래서 우리는, 그냥 그 이야기를 한 번 더 꺼내보게 되는지도 몰라요. 어쩌면, 지금 당신이 찾고 있는 이야기도 그 안에 있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