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19. 11:10ㆍ카테고리 없음

퇴근 후,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를 켜는 그 짧은 순간. 하루치 감정을 정리하듯, 우리는 드라마 속으로 들어간다. 웃기보단 잠시 멍하니 보고 싶고, 무겁지 않으면서도 어딘가 나를 이해해주는 이야기가 필요한 날들. 직장인에게 드라마는 가끔 '말 없는 대화'가 되어 준다. 이 글에서는 그런 밤에 어울리는, ‘힐링’이라는 단어를 진짜처럼 느끼게 해주는 한국 드라마들을 소개해본다.
직장인 퇴근 후 일상, 무기력한 시간 속 따뜻한 틈
<나의 해방일지>를 보다 보면, 대사 하나하나가 고요하게 스며든다. 경기도 외곽에서 서울까지 매일같이 출퇴근하는 세 남매. 단조로운 삶, 반복되는 일상, 어쩔 수 없는 가족이라는 존재. 드라마는 이들을 특별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평범함’ 속에서 무기력과 고립을 직시하게 한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감정은 무너질 듯 진실하다. “해방되고 싶다”는 말은 직장인의 하루 끝에서 터져 나오는 막연한 바람이기도 하다. 삶을 바꾸진 못해도, 잠시 그 마음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미생>은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다. 이 드라마를 보는 많은 직장인들이 “내 얘기 같다”고 말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정규직 전환을 목표로 버티는 계약직 신입 장그래, 이상적인 상사 오상식 과장, 팀워크와 경쟁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동료들. 누구나 어디선가 본 듯한 이 인물들의 서사는, 현실을 재현하면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직장인에게는 가장 필요한 서사일지도 모른다.
위로, 조용한 웃음과 공감
<나의 아저씨>는 단순히 위로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드라마다. 상처가 많은 두 인물이 서로를 ‘치유’하지 않는다. 대신 그냥 곁에 있어준다. 직장 생활이란 게, 사실 관계의 연속이다. 업무보다 더 힘든 건 사람이고, 그 안에서 생기는 고립감이다. 이선균이 연기한 박동훈은 무너지고 싶은 순간에도 묵묵히 하루를 버틴다. 아이유가 연기한 이지안은 세상을 등지고 싶지만, 그럼에도 살아간다. 둘의 관계는 낯설지만 진실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진실함에서 이상하게 마음이 풀린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좀 더 부드러운 이야기다. 오랜만에 일터로 복귀한 경단녀 강단이와 그녀를 지켜보는 후배이자 친구 차은호의 이야기. 출판사라는 배경,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말의 온도가 느껴지는 대사들. 무리하지 않고, 억지로 웃기지 않으며, 천천히 사람을 들여다보는 드라마다.
감정회복, 내가 나로 있는 시간
<우리들의 블루스>는 직장과는 멀어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삶의 한 장면과 맞닿아 있다. 제주라는 공간, 다양한 세대의 인물들. 각기 다른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이 드라마는 어른이 되어가는 일에 대해 말한다. 이미 어른이 된 이들에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이유를 보여준다. 직장에서의 나는 늘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져 있다. 성과, 효율, 책임, 보고서. 그런 단어로부터 잠시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이야기. 그게 바로 <우리들의 블루스>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결혼이라는 설정을 통해 자기 삶을 지켜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집이 없어서 결혼하고, 각자의 공간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무미건조한 인물들이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이 드라마의 위로는 조용하지만 확실하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도 된다는 메시지를, 다정하게 건네준다.
직장인에게 드라마는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는 기분, 울지 않아도 알아주는 마음. 그런 감정을 담고 있는 드라마가 필요할 때가 있다. 넷플릭스에는 그런 한국 드라마들이 있다. 하루의 끝, 감정을 숨긴 채 누워 있는 나를 그저 가만히 바라봐 주는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이 있어, 다음 날도 다시 살아낼 수 있다.